김두현 감독대행, 2023년 ‘감독의 맛’

‘감독의 맛’을 본 김두현 “만족을 주는 감독을 목표로 준비 중”

 

김두현 전북현대 감독대행 때의 모습

 

2016년 성남FC의 전지훈련지였던 순천에서 당시 선수 생활 막바지에 있던 김두현과 1시간 넘는 긴 대화를 나눴다. 대화의 주제가 선수 입장의 관심사가 아닌, 감독이나 행정가의 관점이라 인상적이었다. 당시 김학범 감독은 “우리 팀은 그라운드에 감독이 하나 더 있어”라고 얘기했는데 김두현이 지닌 축구에 대한 아이디어, 접근 방식을 존중한다는 뜻이었다. 그때 선수 김두현은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가고 싶다”는 확고한 목표를 밝혔다.

 

2023년 감독 김두현이 어떤 축구를 할 지 일종의 예고편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전북현대가 시즌 초반 부진에 빠진 가운데 김상식 감독이 자진 사임하자, 그는 감독대행으로 40여 일간 팀을 이끌며 단 페트레스쿠 감독 체제를 잇는 고리 역할을 했다. 5월 5일 서울과의 원정 경기부터 감독대행을 맡은 그는 6월 11일 강원 원정까지 8경기에서 5승 2무 1패를 기록했다. 마지막 3경기에서는 울산현대, 대구FC, 강원FC 잇달아 꺽었다. 올 시즌 전북이 8경기 기준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시간이었다.

 

페트레스쿠 감독 부임과 함께 전북을 떠난 그는 지난 5개월 동안 지도자 P급 강승회를 이수하는 동시에 말레이시아에서 운영 중인 자신의 축구 교실을 관리하기 위해 국내외를 부지런히 오가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 K리그1,2 경기를 꾸준히 체크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리그의 상황, 선수들의 경기력을 확인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투자다.

 

성공적인 감독대행 수행으로 지도자 김두현에 대한 평가가 올라간 만큼 이번 겨울 그를 찾는 구단들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최원권 대구 감독이 올 시즌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며 80년대생 감독들의 문이 열리는 분위기인데, 새로운 세대의 맨 앞에 김두현이 서 있다.

 

이미 그와 접촉한 구단이 있다는 루머도 돌았는데, 그에 대해 그는 “사실이 아니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라고 웃음 지었다. 하지만 감독대행으로 맛본 사령탑의 매력에 대해서는 부정하지 않았다. 자신의 축구를 부담 없이 펼쳐 본 시간을 돌아보며 그가 구상하고 있는 축구와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 전북 감독대행으로서 보여준 모습은 정식 감독 김두현에 대한 일종의 티저였다고 봐도 될까?

큰 경험이었고, 감독이라는 직업의 맛을 알게 해 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 때 나온 성과를 스스로 과대평가하진 않으려고 한다. 그런 스쿼드, 환경 속에서 감독을 하는 날이 내 미래에 또 있을지 알 수 없다. 감독대행이었고, 선배인 박지성 디렉터도 부담 없이 하고 싶은 걸 해보라고 했기에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더 고민하고, 공부해야 하는 시기다. 어떤 상황에서도 좋은 답을 제시할 수 있게 내적인 능력을 단단히 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김두현 감독대행의 모습

 

  • 본인은 겸손하게 말하지만, 감독대행으로서 팀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어떤 부분을 가장 먼저 건드렸나?

감독대행을 맡았을 때 선수들에게 진솔하게 얘기했다. 나는 리더도 아니고, 권한도 없고, 결국 떠나게 될 거라고. 나도 자리를 지키려는 욕심이 없었다. 그래서 감독대행을 맡는 동안 내게 잘보일 필요가 없다고 했다. 다만 우리 스스로가 내적 동기에 충실했으면 한다는 얘기를 했다. 그게 선수로서의 자존심이 될 수도 있고, 자신에 대한 평가, 혹은 가족을 위해서도 될 수 있다. 전복이라는 팀과 팬들을 위한다면 가장 멋진 일일 것이다. 선수들이 그런 내적 동기를 채울 수 있게 축구적인 내용에만 집중해 전북이라는 팀의 위치에 맞는 좋은 축구를 해 보자고 방향을 잡았다.

 

  • 전술적으로 가장 변화를 준 쪽은 어디였나?

빌드업 방식을 가장 먼저 신경 썼다. 중앙 미드필더 3명의 역량이 경기 차체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선수 시절에 그걸 경험했고, 지도자로서 철학적인 부분의 중요한 근간이다. 허리에서 경기를 지배하고, 거길 통해서 풀어가야 한다. 백승호의 위치를 조정하는 것이 1번이었다. 승호는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론 공격형 미드필더에 맞다고 봤다. 활동량과 탈압박 능력을 앞쪽에서 이용하고 싶었다. 상황에 따라 승호를 중심으로 투볼란치, 혹은 역삼각형으로 변화를 줬다. 센터백에서 시작하는 빌드업도 신경 썼다. 홍정호가 부상 중이어서 정태욱, 구자룡을 중심으로 가야 했다. 태욱이, 자룡이는 쓰임이 중요한 선수들이다. 확실한 장점, 그리고 드러나는 단점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빌드업 때는 두 선수에게 디테일한 방식을 계속 얘기했다. 위치, 패스 방향, 그리고 동료들도 움직임을 맞춰줘야 했다. 그게 되면 두 선수가 가진 장점도 확실히 쓸 수 있다.

 

  • 감독대행으로 치른 8경기 중 내용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웠던 경기는 무엇이었나?

울산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리가 준비한 경기 컨셉과 계획대로 흘러갔다. 상대 대을을 예상한 교체와 전술 변화로 결과를 잡았다. 3개의 계획을 갖고 나갔다. 일단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넣은 박진섭을 변칙적으로 이용해 센터백 사이로 내려와 울산의 하프스페이스 공략을 막았다. 후반 시작과 함께 조규성을 투입해 구스타보와 투 스트라이커로 압박해 울산의 전진을 막으며 앞에서 싸움을 붙였다. 마지막 승부처에 문선민을 투입해 상대가 라인을 올릴 때 속도 싸움으로 결과를 가져오려고 했는데 그런 부분들이 딱딱 맞아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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